작년 여름 서울 간 김에 라식수술을 하고 왔다. 7월 말에 받았으니까 딱 반년 됐다. 지금까지는 만족도 상,, 최상이 아닌 이유는 언제든지 시력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. 요즘 다시 흐릿하게 보이는 꿈을 여러 번 꾼다. 평생 겪어온 블러처리된 시야는 머릿속에 각인되어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가 보다.
사실 수술 뒤 삼사개월 동안은 안구건조 때문에 꽤나 애먹었다. 소프트렌즈를 상시 끼고 있는 느낌. 또 처방받았던 안약을 하루에 몇번씩 수개월동안 사용하니까 눈 주변 피부가 너무 따갑고 건조해졌다. 지금은 처방받은 안약은 모두 사용한지 오래고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약간 끈끈한 제형의 인공눈물을 쓰고 있다. 안구건조는 약을 끊은 뒤 조금 더 심해지는 것 같더니 이제는 거의 없다. 밖에 나가서도 인공눈물을 사용할 필요가 거의 없어졌다.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오래 하거나 히터 밑에 있으면 많이 건조해지긴 한다. 하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라 수술로 인한 불편함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. 만세!
시력은 사실 수술 전에 눈이 너무 안좋았어서 (난시합치면 초고도근시… ㅋ) 수술 직후 교정시력이 1.0, 0.8이었다. 지금도 원래 더 안 좋았던 오른쪽 눈에는 난시가 살짝 남은 것 같다. 하지만 안경 쓸 때 워낙 시력이 심각했어서 이정도도 감지덕지하다. 사실 수술 상담 전까지 수술이 안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불안했었다. 실제로 당시 제일 핫했던 스마일 라식은 절삭량이 너무 높아 불가능했고 결국은 일반라식으로 진행. 인생 첫 미용수술이었는데 결과가 만족스러워서 다행이다.
가끔 사진첩 보다보면 예전 안경 쓴 사진들이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. 이렇게 왜곡이 심한, 얼굴의 반을 가리는 안경을 쓰고 살았다니… 중요한 일 있을 때 렌즈를 찾을 필요도, 점점 줄어드는 렌즈 때문에 (도수가 너무 높아 유럽에서 구매하기가 어려움 + 난시교정 때문에 가격이 두배) 걱정할 필요도 없어 너무 편하다. 아침에 일어날 때 안경을 찾지 않아도 되고 세수나 샤워할 때 안경을 벗을 필요도 없다. 특히 작업할 때 안경위에 보안경을 쓰는 일 따위를 하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다. 현대의학 만만세!