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학기간에 낸 국립대 입학 dossier vert 결과는 그 다음해 3월쯤에 나왔다.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. 나는 평소에 늘 그랬듯 기숙사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는데 지메일 팝업이 떴고 거기서 대충 plaisir란 단어를 보았다. 허겁지겁 메일 전문을 확인한 결과 대학 입학을 허가하는 내용이었고, 난 그렇게 1지망 대학에 입학 허가를 받게 되었다.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에서의 복학이 취소되고 프랑스 체류가 길어지는 순간이었다. 그렇게 파리로 가기 전 5월까지는 행복했다. 어학생 중 가장 합격 소식을 빨리 들었었고, 그중 나이도 가장 어렸었고, 어학 점수로도 스트레스 받지 않았었고, 생활비로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, 한마디로 오만방자했다. 세상이 내 편같고 내가 굉장히 대단한 ..